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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비전공자의 인생 첫 해커톤 1등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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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해커톤에 참여해보고 싶었는데, 창업 단톡방에 올라온 공고를 보고 부랴부랴 참가 신청을 하게 되었다.
 
이제 어디 놀러가면 10시쯤부터 졸리기 시작하는지라 무박2일 해커톤 일정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지만 오늘의 내가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으니까 무작정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신청한 해커톤... 뭘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도착한 상태에서 알게된 주제는 카카오 챗봇으로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해커톤의 전체적인 프로세스는 아래와 같이 흘러갔다.


1. 참여자 조 짜기
온라인으로 검색해봤을 때 해커톤은 보통 커다란 홀에서 이루어지던데 내가 참석한 해커톤도 마찬가지로 커다란 홀에 모여서 옹기종기 개발을 진행했다.

나름 전문 진행자분도 계셔서 개발자와 비개발자를 섞어서 빠르게 조를 짠 뒤 아이스브레이킹을 진행했다.
 
여기서 좀 신선했던게 비개발자도 해커톤을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해커톤은 참여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비개발자도 해커톤을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ㅎㅎ...
 
비개발자가 해커톤에서 뭐하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번 해커톤에 참여한 비개발자 분들은 보통 문과생 작가, 회사원, 디자이너 등 커뮤니케이션과 아이템 꾸미기에 특화된 분들이었다.
 
그래서 발표자료 제작과 아이템 디벨롭, 제작물 꾸미기 등
개발자가 제작한 투박한 산출물을 예쁘게 제작하고, 상품성 있게 가공하는 역할을 맡아주셨다.
 
참고로 우리조의 아이템 역시 비개발자 분의 아이디어를 채택한 것이었다.
 
2. 챗봇 개발 교육
개인적으로 가장 쓸데없는 시간이었다.
챗봇 개발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의 대표가 챗봇 개발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강의해야 한다는 불리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강의 준비를 하긴 한건가?' 싶을 정도로 아주 성의없이 강의해서 정말정말 시간이 아까웠다.
차라리 구글링을 통한 정보 습득량이 더 많았다...
 
참고로 카카오 챗봇 개발 방법은 오픈 빌더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교육 받았다.
오픈빌더는 비개발자들도 손쉽게 챗봇을 제작할 수 있도록 구성된 툴인데 미리 제작된 UI를 조립해서 챗봇을 간단하게 제작할 수 있으며 '스킬' 이라는 시스템을 활용해 서버 연동도 가능했다.
결국 '스킬'을 사용할 수 있어야 조금 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챗봇을 제작할 수 있었다.
 
chatGPT연동도 가능했는데, 강사가 API 키 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하라더라 ㅋㅋㅋ...
 
강사를 너무 나쁘게 평가하나 싶긴 한데 개발 실력은 뛰어나신 것 같은데 강사로써는 너무 부족한 분이었다.
 
3. 개발
세상 쓸모없던 강의가 끝나고 챗봇 개발이 시작됐다.
우리 팀은 비개발자 2명, 개발자 2명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강사가 열어준 글리치 서버를 활용해서 자바스크립트 기반 스킬 서버를 개발했다.
 
자바스크립트는 제법 많이 사용해봤기 때문에 자신있었는데, 같은 팀원인 개발자분이 정말 개발능력이 뛰어나서 거의 업혀갔다.
 
아이디어는 물론이고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활용도 잘 하셔서 개발 산출물을 정말 예쁘게 뽑을 수 있었다.
 
개발은 새벽까지 이어갔는데, 저녁까지는 괜찮았지만 22시 이후로는 급격히 텐션이 떨어져서 좀 힘들었다.
그래서 조금은 광기어린 목소리로
"아직 제출까진 12시간 남았으니 기능 추가하죠?"
"아직 제출까진 9시간 남았어요."
같은 말들을 반복했다.
 
결국 3시쯤엔 너무 피곤해서 다들 자고 다시 모이기로 함 ㅎㅎ...
 
4. 발표
비개발자 분들의 파티타임이었다.
팀원 중 말을 정말 잘 하시는 분이 계셔서 발표를 맡았고,
회사원이신 분도 PPT 제작과 필요한 이미지 제작 등을 맡아주셔서 개발자들은 개발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무튼 발표와 심사는 2회로 나뉘어져 진행됐다.
 
1차 심사는 심사위원들이 각 조의 테이블을 순회하며 아이템 소개를 듣고, 평가를 진행했다.
발표 중 글리치 서버가 꺼져있어서 챗봇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는데 호다닥 서버를 다시 켜서 발표를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다.
 
창업지원 사업이나 공모전 등에 참여한 경험으로는
보통 좋은 아이템일수록 심사위원들이 흥미를 많이 가지고, 그래서 질문을 더 많이하던데 우리 팀은 질문을 하나도 못 받아서 조졌구나 싶었다
 
2차 심사는 1차에서 걸러진 최종 7팀만 따로 발표 후 이뤄졌으며
우리 팀은 놀랍게도 1차를 통과했다!
팀원들한테도 질문을 하나도 안한다고 우리 조졌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통과해서 1등하면 상품 내놓으라는 협박을 받았다 ㅎㅎ...
 
2차 발표에서는 발표를 맡으신 비개발자 팀원분과 함께 올라가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을 했다.
우리 팀의 아이템은 동네 마트 매출 증대를 위한 신선식품 주문 및 배송 서비스였다.
챗봇의 주요 사용자는 결국 판매자가 아니라 소비자였기 때문에 소비자 중점의 서비스를 개발했고, 그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발표를 진행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사실 크게 할 말이 없었지만, 최대한 여유로운 태도로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2차 발표 과정에서도 다른 팀원들의 발표를 참관하며
다들 정말 창의적이고, 발표도 깔끔하게 잘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에 수상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더욱이 우리팀은 chatGPT 연동도 안했는데 다른 팀은 chatGPT 연동도 다 했더라 ㅋㅋㅋ
 
5. 시상
시상은 카카오의 코파운더가 해주셨다.
코파운더면 공동창업자 아닌가...?
생각보다 엄청난 분이 심사위원이셨구나 싶어서 신기했다.
 
우리팀은 일곱팀 중에 5등 정도 할 것 같아서 큰 기대가 없었고 만약 수상한다면 3등은 노려볼만 하려나 싶었다.
 
근데 3등은 다른팀이 받아서 이후부터는 그냥 마음 놓고 시상 과정을 지켜봤다.
2등에는 내가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던 팀이 받아서 1등이 누가 될지 정말 궁금했는데 진행자가 1등 팀으로 우리팀을 부르더라
정말   >> \😮/ << 이 표정으로 일어서서 수상하러 갔다.


그 외 간단한 사항들을 적어보자면,
식사를 세 끼 다 제공하는데 처음에는 맛있게 잘 먹었지만
나중에는 배가 부른데도 살기 위해 꾸역꾸역 먹고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외에 간식과 물을 거의 무제한 제공해줬으며 간식은 손대지 않았지만 행사 장소가 좀 건조하고 추워서 밤새 물을 거의 5리터쯤 마신 것 같다 ㅎㅎ
 
추가적으로 참가자들에게 굿즈를 준다.
후드티와 텀블러, 간식 등 다양한 굿즈가 준비되어 있었고
제공된 후드티를 꼭 입어야 된다고 해서 급하게 갈아입었다.

내가 만든 도롱이 후드티 입고 코딩할랬는데
제공받은 후드만 입어야 했어서 조금 아쉬웠음 ㅎㅎ


본투비 내향인이라 이런 바글바글 모여서 진행하는 행사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무슨일인지 갑자기 꼭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했다.
 
그래서 조 짤 때까지만 해도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는 표정으로 앉아있었는데 다행히 좋은 팀원들 만나서 재밌게 코딩 할 수 있었다.
 
해커톤을 진행하며 내가 가진 개발 능력을 좀 더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각으로 개발 산출물을 디벨롭할 수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1등까지 해서 자신감도 부쩍 늘어남 ㅎㅎ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다른 행사에도 참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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